휴머노이드 로봇? 이제는 피지컬 AI의 시대입니다
진예지
2025. 7. 1.
2025년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기술 컨퍼런스 ‘MARS 2025’.
그 어느 부스보다도 사람들이 몰린 곳엔 영국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가 만든 ‘아메카(Ameca)’가 있었습니다. 고도화된 얼굴 인식 기술과 정밀한 모터 시스템으로 실제 사람처럼 섬세한 표정을 구현하는 이 인간형 로봇은 단순한 로봇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느낌을 주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습니다.
▲ 출처: 한경
이에 앞서,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CES 2025 무대에서 이렇게 선언했습니다.
“다음은 피지컬 AI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피지컬 AI란 무엇일까요?
젠슨 황은 피지컬 AI를 “인지하고, 계획하고, 행동하는 인공지능”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즉, 인공지능 기술이 실제 물리적 장치(로봇, 스마트 디바이스 등)와 결합하여 인간과 상호작용하거나 환경을 변화시키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스크린 속 챗봇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세계의 자극에 반응하며 ‘몸으로 작동하는 AI’가 앞으로의 주인공이라는 뜻이죠. (출처: NVIDIA 블로그)
오늘은 이처럼 빠르게 진화 중인 피지컬 AI의 기술 기반, 실제 산업 현장 적용 사례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피지컬 AI, 예전 로봇과는 뭐가 다를까?
사실 사람처럼 생긴 로봇은 새롭지 않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도 혼다의 ASIMO나 소프트뱅크의 NAO 같은 로봇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엔 대화를 해도 맥락은 이해하지 못했고, 걷는 동작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웠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움직이는 조형물’에 가까웠죠.
2025년의 휴머노이드는 그보다 훨씬 진화했습니다. 단순한 반복 동작이 아니라 사람의 말투를 이해하고, 상황에 맞게 물건을 들고, 감정 표현에 반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이 차이를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피지컬 AI’입니다. 단순한 모터 제어가 아니라 센서 → 인지 → 판단 → 행동 → 피드백이라는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구조가 구현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어떤 기술이 모여야 피지컬 AI가 될까?
지금의 피지컬 AI는 여러 기술이 얽혀 만들어지는 복합 시스템입니다.
- GPT나 Gemini 같은 LLM은 말의 뉘앙스나 맥락을 파악하고,
- 모션 센서, 3D 비전, 촉각 센서 등은 물리 자극을 감지하며,
- 로보틱스 제어 알고리즘은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전환시킵니다.
예) 사용자가 물을 흘린 상황을 인지하고 걸레를 가져와 물을 닦는 동작 수행, 날씨를 묻는 사용자의 말에 대답하고 우산을 챙겨주는 동작 수행
이렇게 서로 떨어져 있던 기술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면서 로봇이 실제 인간처럼 반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 지금 주목받는 피지컬 AI 로봇들
요즘 글로벌 기술 트렌드 속에서 피지컬 AI 기반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떠오르는 기술 분야이며, 관련 기업들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 출처: Tesla Bot Update
- 테슬라 Optimus: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현재 테슬라 공장에서 일부 단순 작업에 투입돼 실험 중
- Figure AI: OpenAI와 손잡고 Figure 01이라는 로봇 개발 중. 실제 공장에서 테스트 영상이 SNS 조회수 수백만 회를 기록
- Sanctuary AI: 캐나다 기업이 개발한 ‘Pheonix’. 손가락 구조와 보행 능력이 사람과 거의 유사하며, 복잡한 상호작용도 가능
- Agility Robotics: Amazon 물류센터에서 ‘Digit’이라는 로봇을 통해 상자 분류 및 운반 작업을 테스트 중
- 한국은?: KAIST,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국내 연구기관도 피지컬 AI 연구를 진행 중이며, 정부 주도 프로젝트도 증가하는 추세
이처럼 피지컬 AI 로봇들은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되며 빠르게 상용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지금은 공장 자동화, 물류, 접객 서비스 중심이지만 기술 성숙도가 높아질수록 일상 공간과 고위험 작업 환경까지 로봇의 활동 무대가 넓어지지 않을까요?
피지컬 AI의 글로벌 전망과 앞으로의 과제
2024년 한 해에만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스타트업에 12억 달러 이상의 벤처 투자가 몰렸고, 2025년에는 그 규모가 30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골드만 삭스가 지난 해 발표한 ‘휴머노이드 로봇: AI 가속 요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규모는 2035년까지 38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죠.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의회에 국가 차원의 로봇 전략 수립을 촉구하고 있으며, 한국도 정부 주도 R&D 및 기술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이런 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아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심리적 불쾌감 (Uncanny Valley)
사람처럼 생긴 로봇을 볼 때 소름 끼치는 느낌이 드신 적 있나요? 로봇이 너무 사람 같지만 완벽히 똑같지는 않을 때, 뇌는 위화감을 느끼고 거부 반응을 일으킵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특히 얼굴 표정이 미묘하게 어색하거나 눈동자가 텅 비어 있는 느낌이 들면 불편함이 더 커집니다. 실제 서비스업에서 고객 응대용 로봇을 도입할 때 가장 먼저 고려되는 요소이기도 하죠.
법적 책임 문제
로봇이 자율적으로 행동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로봇 제조사? 운영 주체? AI 개발자?
아직까지는 전통적인 기계 기준(고장 vs 사용자 과실)으로밖에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로봇이 스스로의 판단을 바탕으로 행동한 경우, 기존 법 체계로는 해석이 어렵습니다.
기술의 범용성
피지컬 AI가 스마트폰이나 드론처럼 진입장벽이 낮은 기술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공장 라인처럼 정형화된 공간에서는 피지컬 AI가 잘 작동하지만, 비정형적이고 예외가 많은 환경에서는 여전히 실수가 발생합니다. 또한 고성능 센서, 모터, 제어 장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로봇 한 대당 수천만 원에서 억 단위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지금은 ‘대량 도입’보다는 R&D 테스트, 파일럿 프로그램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죠.
요약하자면,
피지컬 AI는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현실화’를 향해 가속 중이며, 이 기술을 둘러싼 산업 구조와 문화적 수용성까지 함께 진화해가야 진짜 대중화의 문턱을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며
언어를 이해하고, 주변을 인식하고, 스스로 움직이는 로봇.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실험실 속 시연 영상이나 영화 <인터스텔라> 같은 미래 콘셉트 영상에서나 가능했던 일이 이제는 실서비스 환경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생성형 AI, 컴퓨터 비전, 모션 제어 알고리즘, 엣지 컴퓨팅 같은 기술의 동시다발적인 진화가 있습니다. 각 기술이 제자리를 찾고 연결되면서 휴머노이드는 점점 더 사람과 닮은 움직임과 사고방식을 갖추게 되었죠.
여전히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는 있지만, 로봇이 명령을 기다리는 시대에서 상황을 해석하고 반응하는 시대로 기술의 무게 중심은 분명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피지컬 AI는 앞으로 우리의 일상과 산업을 어디까지 바꿔놓게 될까요?
여러분은 사람과 똑같이 행동할 수 있는 기계가 나와 함께 일하게 되는 미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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